무소유` 법정스님 입적
▲...불교계의 원로 법정스님이 11일 입적했다. 사진은 2009년 4월 19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열린 봄철 정기 대중법회에서 합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다비식
산문집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法頂)스님이 11일 오후 1시51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5세. 세수 78세.
법정스님은 2007년부터 폐암으로 투병, 지난해 4월19일 길상사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 법문을 끝으로 지난해 6월7일 하안거 결제 법회, 12월13일 길상사 창건 기념법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제주도에서 요양했으나 올 들어 병세가 악화하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왔고, 입적 직전인 11일 낮 자신이 창건한 길상사로 옮겼다.
법정스님은 입적 전날 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말을 남겼다.
조계종과 법정스님의 출가본사인 송광사,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등은 장례절차를 논의한 결과 "일체의 장례의식을 거행하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평소의 말에 따라 별다른 장례행사는 치르지 않고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또 조화나 부의금도 받지 않기로 했다.
별도의 장례위원회는 구성하지 않았으나 법정스님 입적 전에 장례절차를 논의하던 송광사 문중의 다비준비위원회(위원장 진화 스님)가 다비식을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성북동 길상사, 순천 송광사, 송광사 불일암 등 3곳에 간소한 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법정스님(속명 박재철)은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목포상고를 거쳐 전남대 상대 3학년 때인 1954년 오대산을 향해 떠났다.
하지만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의 선학원에서 당대 선승인 효봉 스님(1888-1966)을 만나 대화하고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았다.
이튿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시작한 스님은 1959년 3월 양산 통도사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 통도사를 거쳐 1960년대 말 봉은사에서 동국역경원의 불교 경전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스님은 1975년 10월부터 17년간은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았으며 불일암 시절 초반인 1976년 4월 대표적인 산문집 '무소유'를 출간한 이후 불교적 가르침을 담은 산문집을 잇달아 내면서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스님은 1992년부터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잘 하지 않았지만 1996년 성북동의 요정 대원각을 기부받아 1997년 12월 길상사를 개원한 후에는 정기적으로 대중법문을 들려줬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무소유',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지 않는 바람처럼','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스승을 찾아서' 등이 있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의식한 듯 2008년 11월에는 길상사 소식지에 실었던 수필들을 모아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출간했고, 지난해 6월과 11월에는 2003년부터 했던 법문을 묶은 첫 법문집 '일기일회'와 두 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냈다.
이달 들어서는 평소 법회 등에서 언급한 책 중 50권을 골라 소개한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이상 문학의숲 펴냄)을 냈다.(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 무소유(無所有) ◐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털이가 되는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것이 아니라
불 필요한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다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우리가 만족함을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마음이 불안하고 늘 갈등상태에서 만족할줄 모른다면
그것은 내가 살고있는 이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주위에 있는 모든것의 한부분이다
저마다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전체의 한 부분이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세상의 한 부분이다
세상이란 말과 사회란 말은 추상적인 용어이다
구체적으로 살고있는 개개인의 구체적인 사회이고 현실이다
우리는 보이든 보이지않든 혈연이든 혈연이 아니든
관계 속에서 서로 얽히고 설켜서 이루러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어려운일도 어떤 즐거운일도 영원하지 않다
모두 한때이다
한 생애를 통해서 어려움만 지속된다면
누가 감내하겎는가 다 도중하차 하고 말것이다
모든것이 한때이다 좋은일도 그렇다
좋은일도 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사람이 오만해 진다
어려운 때일수록 낙천적인 인생관을 가져야 한다
덜 가지고도 더많이 존재할수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무심히 관심갖지않던 인간관계도
더욱 살뜰이 챙겨야 한다
더 검소하고 작은것으로써 기쁨을 느껴야 한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것은
어떤 사회적이 신분이나 지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당했을때 도대체 나는 누구지?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지니고있는 직위나 돈이나 재능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그것으로써 우리가 어떤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있는가에 따라서 삶의가치가 결정된다
잡다한 정보와 지식의 소음에서 해방되려면
우선 침묵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침묵의 의미를 알지못하고는
그런 복잡한 얽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나 자신이 침묵의 세계에 들어가 봐야한다
우리는 얼마나 일상적으로 불필요한 말을 많이하는가
의미없는 말을 하루동안 수없이 남발하고있다
친구를 만나서 예기할때 유익한 말보다는 하지않아도
될 말들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말은 가능한한 적게 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충분할때는 두마디를 피해야한다
인류 역사상 사람답게 살아간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침묵과 고독을 사랑한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세상을 우리들 자신마져
소음이 되어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으나
침묵속에 머무는 사람들만이 그것을 발견한다
말이 많은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가 어떤일을
하는 사람이든간에 그 내부는 비어있다 - 法頂 -
Dechen Shak-Dagsay/ Dorje Sempa (Amitaba Man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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