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 시인의 지여처다식 결혼주례사
송현(시인. 송현결혼대학 교장)
1.
반갑습니다. 저도 두 사람의 결혼을 하객 여러분과 함께 축하합니다. 신랑 신부가 명품인 줄은 하객 여러 분들께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딴 소리는 생략합니다. 저는 결혼을 두번 한 결혼 전문가(?)입니다. 두 사람이 오늘 부부의 연을 맺고 이 험한 세상을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고 서로 손잡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네 가지를 일러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신랑 신부 두 분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것은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네 인생도 성장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두 분은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하지 않는 삶은 시체같이 죽은 삶입니다. 신랑 신부는 오늘 부부가 되어 부부로서 한 몸이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각자 따로입니다. 우선 각자가 성장해야 하고 부부로서 함께도 성장해야 합니다. 이 지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여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죽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성장하지 않고 죽은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꽃이나 나무가 무럭무럭 성장하려면 햇볕과 물과 거름이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성장하려면 매일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거름도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거름을 주는 좋은 방법은 공부하는 것입니다. 공부하는데 가장 싸게 먹히고 손쉬운 것은 독서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이날까지 단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날이 없습니다. 그 바람에 저는 매일 매일 조금씩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신랑 신부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매일 매일 성장해야 합니다. 늘 안주하지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 나날이 성장하여 튼실한 나무로 성장 발전하기 바랍니다.
2.
이번에는 신랑에게 삶의 중요한 지혜를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신부 M양은 하객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온 동네가 인정하는 미인입니다. 이런 이쁜 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이쁘다는 말만 듣고 자랐습니다. 이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 유치원 선생님들 초등학교 선생님 중학교 선생님들 고등학교 선생님 대학교 교수들 직장의 선후배로부터 이쁘다는 말을 듣고 이날까지 자랐습니다. 이런 아가씨는 차라리 밥 안먹서서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이쁘다는 소리를 안 들으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쁘다는 소리를 안 듣는 날은 그날 종일 재수없고, 그날 만난 남자들은 다 병신 쪼다로 보입니다.(폭소)
이런 아가씨들의 귀의 구조는 보통 여자들 즉 이쁘지 않은 여자들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결론을 말하면 이런 이쁜 아가씨들의 귀에는 이쁘다는 말은 잘 들리는데 다른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땅의 수많은 멍청한 오빠들은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멍청한 남자들은 천사를 악마로 만들어서 악마와 함께 지옥에서 매일 매일 불행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랑은 이 시긴 이후로 신부에게 이쁘다는 말 외에는 다른 어떤 말도 하지 말기 바랍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이쁘다 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이쁘다 하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이 지상에 사는 날 마지막 날까지 이쁘다는 말 외에는 어떤 헛소리로 하지 말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잠꼬대를 할 때도 이쁘다는 말만 하기 바랍니다.(하객들 폭소.) 신랑! 내 말 알아들었으면 대답해보세요!
--예. 잘 알아들었습니다!(하객들 폭소)
그런데 살다보면 아내가 하는 것 중에서 더러는 실수나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한 마디 안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도 엔간하면 눈감아주는 것이 좋고, 굳이 한마디 짚어야겠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기 바랍니다.
-- 당신이 무슨 무슨 일을 어찌 어찌 처리한 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소! 당신 답지 않아 크게 실망했소! 그런데 당신은 역시 이뻐! (하객 폭소)
용건을 간단하게 말하고 결론은 무조건 "당신은 이뻐""로 맺기 바랍니다.(폭소) 쫀쫀한 오빠들은 시시콜콜 따지고, 한심한 오빠들은 아내를 쥐잡듯이 합니다. 이런 오빠들은 다 멍청이들입니다. 이런 오빠들은 천사를 악마로 만드는 바보들이고,천국을 지옥으로 만드는 범죄자입니다!
3.
이번에는 신부에게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남편의 입장으로는 아내가 다른 것은 좀 기시기 하더라도 시가집 어른들에게 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시어머니나 시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가장 마음이 아픈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신부에게 시부모님과 시가쪽 친지들에게 점수 왕창 따는 법을 한 수 가르쳐 드리고자 합니다. 신부처럼 이쁘고 좋은 대학 나온 재원이라면 적어도 일년에 일주일은 사회 봉사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신부는 설에 2일, 추석에 2일을 시가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바랍니다. 다 해봐야 겨우 4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없는 희한한 말이 있습니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이 말은 소위 배운 여자들, 일류대학 나온 여자들 입에서 나온 말이지 싶습니다. 이는 이땅의 대학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었나를 웅변으로 증명하는 매우 창피하고 부끄러운 말입니다. 이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는 설이나 추석에 시가집에 가면 남자들은 고스톱 치고 술마시고 노는데 여자들만 부엌에서 전 붙이고 차례상 준비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서나 시집 식구들은 별로 하는 것 없이 놀고 며느리만 부엌에서 궂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못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얼핏보면 그럴 듯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소위 배웠다는 여자들이 얼마나 계산적인가를 웅변으로 증명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계산이 계산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모르는 것입니다.
신부는 명절날이 되면 2일동안 자원봉사한다는 마음을 먹기 바랍니다. 시집에 차례를 지내러 갈 때 집에서 입던 일복(몸빼나 츄리닝 등)과 쓰던 고무 장갑을 챙겨가지고 가기 바랍니다. 시가집에 도착하면 즉각 일복으로 갈아입고, 장갑을 끼고 시가집 사람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똑바로 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한뒤 다음과 같이 말하기 바랍니다.
---시아버지 시 어머님 그리고 형님, 동서, 올케에게 제 뜻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일 이틀 동안 차례 음식을 장만하고 설겆이 하고 청소하는 일 등의 모든 허드렛닐을 제 혼자서 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경험이 미숙하고 요리 솜씨도 시원찮으니, 까다롭고 정갈한 음식은 시어머님이나 동서나 형님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최종으로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도 어르신들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허드렛일 등을 제 혼자서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형님 동서 XX XX 분께서는 안방에서 화투치고 텔레비보시면서 재미있게 노시리 바랍니다. 제가 일을 하면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그때 그때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이틀동안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신부께서는 이렇게 말하고는 즉각 부엌으로 가서 실시하기 바랍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시가집 식구들에게 점수를 왕창 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읏보다 남편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남편은 아마 앞으로 장모와 장인어른에게 두배 세배 더 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귀경할 때는 신부를 업고 갈 것입니다. 그러니 신부께서는 절대 명절증후군이란 한심한 소리를 입밖에도 깨내지 말고 떠올리지도 말기 바랍니다. 위와 같이 하면 신부 한나람의 헌신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시가 식구들을 감동시키고 시가집 전체를 천국으로 만들 것입니다.
배운 것들 다시 말하면 얼치기로 배운 것들 즉 헛똑똑이들은 남녀 평등 찾고, 여권신장 찾고 온갖 주접을 떨어서 시가집 차례 분위기를 망치고 그 자리를 바늘 방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신부 M양은 절대로 이런 또라이짓 하지 말기 바랍니다. 제가 가르쳐 준대로 잘 하여서 시가집 사람들에게 점수를 왕창 따기 바랍니다. 제 말 이해합니까?
--예. 이해합니다!(폭소)
일년에 4일은 봉사활동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기 바랍니다. 명절증후군 타령하는 한심한 배운 무식장이와는 상종을 하지 말기 바랍니다.
4.
끝으로 부부싸움에 대해서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많은 순진한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들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압니다. 이런 인간들은 바보들이거나 위선자들이거나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아니면 도가 통한 사람들입니다.(폭소) 진정으로 사랑을 하는 사이라면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 극히 당연하고 극히 정상입니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화날 일이 없습니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의 일에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상대가 하는 일에 아무 관심이 없는데 콩이야 팔이야 하고 싸울 리가 없습니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데 화가날 이유가 없습니다. 옆짚 아이가 길가에서 불량식품을 사 먹어도 그냥 못본체 하고 지나치게 됩니다. 그런데 내 자식이 불량식품을 먹고 있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무랄 것입니다. 왜냐면 옆집 아이는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식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번이나 결혼해봐서 잘 아는데,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때는 사랑이 완전히 식었을 때였습니다. 사랑이 식지 않았을 때는 이것 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을 때는 간섭도 하고 잔소리도 하여서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고 싸울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식을 대로 식고나니 상대에게 아무 관심도 없어지고, 아예 관심조차 없고 보니 화날 일이 있를 리가 없었습니다. 건강한 부부는 싸울 때는 싸워야 합니다. 이것은 사랑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싸우는 것보다 싸움을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부부가 싸우고 나서 마무리를 그날 하지 않으면 서로 사이에 앙금이 생깁니다. 앙금이 쌓이면 불신의 벽이 됩니다. 불신의 벽이 두꺼워지면 부부사이가 멀어져 마침내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부부 싸움을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싸움을 빨리 매듭짓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부 싸움을 매듭짓는 방법을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가령 부부 싸움을 할 경우 싸움 매듭짓는 "부부싸움 매듭 당변"을 미리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짝수날 싸우면 무조건 남편이 매듭 당번을 하고 홀수날 싸우면 반드시 신부가 매듭 당번을 맞는 것입니다. 매듭 당번은 서둘러서 싸움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게 의무입니다. 그리고 매듭당번의 의무는 이부자리를 펴는 것입니다. 빨리 이부자리를 펴고 상대를 잠자리로 안내하고 눕게 하고 그 옆에 함께 눕는 것입니다. 그리고 빨리 불을 끄는 것도 당번이 할 일입니다. 그날 싸운 것은 그날 매듭을 지어야합니다. 절대로 오늘 싸움을 내일까지 연장전하면 안됩니다. 신랑과 신부는 제 말뜻을 이해합니까?
--예!
--예에!(폭소)
5.
다시 한번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라는 의미에서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셔요!(박수 갈채. 함성 쏟아짐) 감사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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