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가 고장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바랜 옷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 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뒤뚱뒤뚱 걸어다니며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치 않았다
책 살 돈이 필요했던 나는 시장에 찾아갔다그런데 몇 걸음 뒤에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삼키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앉아 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그날밤 나는 졸음을 깨우려고... 몇 번이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내가 어릴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형과나,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에 합격하던 날 나는 합격 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달려갔다 꾸역꾸역 차디찬 도시락을 드시고 있었다 엄마의 지친 어깨를 힘껏 안아 드렸다 나는 눈물 때문에... 더 이상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사장 골목에서 한참동안 나를 꼬옥 안아 주셨다 함지박 가득 담겨있는 생선들을 돈도받지 않고 모두 내주셨다 다니는 리어카에 나를 태운 뒤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게 입혀 주고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나를 자랑하며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형의 얼굴에서 기쁨의 눈물이 시장 한 구석에 있는 순대국밥 집에서 우리가족 셋은 오랜만에 함께 밥을 먹었다 국밥 한 그릇을 다 들지 못하셨다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너희들은 아버지를 이해해야 한다 원래 심성이 고운 분이다 계속되는 사업 실패와 지겨운 가난 때문에 매일 술로 사셨던 거야 그리고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몸이 성치 못한 자식을 둔 아비 심정이 오죽했겠냐 가서 이 기쁜소식을 얼른 알려야지 우리들 앞에서 엄마를 때렸다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유서 한장만 달랑남긴 채 끝내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나는 우등상을 받기 위해 단상위로 올라가다가 그만 계단 중간에서 넘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 부리나케 달려오신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얼른 나를 일으켜 세우셨다 내 등뒤로 많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매점에 들렀는데 여학생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그들 앞을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있는 내 모습이 측은해 보일까봐 그래서 혹시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까봐 그냥 열람실로 돌아왔다 그리곤 흰 연습장 위에 이렇게 적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둠에서 다시 밝아질 것이다 풀꽃과 함께 누워계신 내 아버지를 용서하고 꽃등처럼 환히 나를 깨워 준 엄마와 형에게 사랑을 되갚는 일이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큰소리로 더듬더듬 책을 읽어 가며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채... 오늘도 나는 온종일 형을 도와 과일 상자를 나르고 밤이 되서야 일을 마쳤다 버스 안에서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문득 앙드레 말로의 말을 떠올렸다 그 꿈을 닮아간다는 너무도 아름다운 말" 위의 글은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 공모 글입니다 .....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여 지금은 미국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여 박사과정에 있으며 국내의 굴지 기업에서 전부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며... 같이 공부하면서 보살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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