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붉은 사랑의 이름으로 아!
어이 했을까
어이 했을까
내가 그 시대의 여인이었다면 어이 했을까
코와 귀가 잘리고 심장과 유방이 도려지고
손과 발이 찢기어져 나간 전장 속 여인들의 한
갑술년 갑술월 갑술일 갑술시에 태어난 사나운 사주로
아비는 딸아이의 앞날을 심히 걱정하였다 하네
"남아가 아니라 개가 태어났구나. 험한 세상 어찌 살라꼬"
13세에 강제로 시집간 어린 몸은
"작은 아버지 나 안갈래요. 어찌 살라 가라하오"
백치병자의 수발과 발작에 고통과 눈물의 세월을 보내고
어렵게 빠져나온 몸은 마음 붙이고 산지 오래지않아
진주성 전투에 두 번째 사랑마져 잃으니 "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내가
이 땅의 남아로 태어나 진주를 구하지 못하고 가면
죽어서도 한이 되리오
그대와 진주백성에게 짐을 남기고 떠남을 용서 하시오"
"나를 두고 가신님 나는 어찌 살아야 하오
나를 사랑해주던 당신의 몸과 마음
내가 어찌 잊고 살 수 있으리오
아 당신의 뜨겁던 사랑 내 어찌 모른 척 하리오"
칠월칠석 촉석루의 밤 하늘엔
분노를 터트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네
"죽이고 싶었소
왜장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싶었단 말이오
어머니의 나라를 침범한 이 놈들을 모두 죽이고 싶었소
하늘이 반드시 기회를 주어 지아비의 원수를 갚고
내 가족 내 형제 내 이웃 진주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리라 맹서하며
열 손가락 마디마디 가락지를 끼고 피멍이 들도록 움켜 잡아
왜장을 힘껏 밀었소 하늘이시여 발버둥치는 이 놈을 죽여야 하오
이제 더이상 두려움은 없으니 나를 저 강물에 던질 수 있도록 허락 하시오 여인으로 태어나 이리 살다 가는 것도 행복이 아니겠소"
온몸을 파고들었을 뼈 속 깊은 외로움
눈물의 하늘은 비를 내리네
사내의 애간장을 태우는 교태로움도 없이
튼실한 지아비와 백년해로도 이루지 못한
꽃다운 나이에 남강의 혼이 되어 버린 슬픈 여인이여
촉석루 의암에 내려앉은 달빛도
서럽고 애달팠으리
남강에 비추는 달빛이여
촉석루에 부는 바람이여
진주를 넘나드는 새여
의암을 그냥 건너지 마오
달빛은 여인의 넋을 달래고
바람은 여인의 곁에 꽃씨를 나르고
하늘을 나는 새는 여인의 슬픔을 하늘에 전해 주오
철쭉꽃보다 더 붉은 절개여
촉석루에 핀 아름다운 사랑이여 여인을 흔들어 깨우는 눈물이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