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담긴방

francisco papa

왕자별 2014. 8. 16. 23:04
francisco papa
 
"교황님 사칭죄, 큽니다. 근데 보기 좋습니다. 공범 할래요."(아르헨티나 교포의 동영상 시청소감)

예수님이 한국에 오신다면 어디를 먼저 가실까. 청와대일까 명동성당일까.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장일까 시골 공소일까.
우리 시대에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누구일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약자들은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민은 최저임금 수준 아래의 인건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농민이 이렇게 사회적 약자인데도 오히려 정부로부터 더 많은 홀대를 받고 있다.
아니 한중 FTA, 쌀 전면개방 등의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통해
정부는 농민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

교황님이 한국에 오셨다. 그동안 교황님의 행보로 보아 어디를 먼저 가실까.
내가 일하는 전주교구 진안성당 부귀공소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교황님이 우리 공소를 방문하시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박수치고 춤추며 노래하는 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노랫말을 짓고 작곡을 맡겼다.
 
<프란치스코 빠빠, 우리 사랑>
우주의 춤으로 시작된/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사랑/ 하늘이 열리고 쏟아진 평화/
영원한 사랑 영원한 행복/구유에서 피어난 이 천년 전 그 사랑/ 새들과 꽃들에게 희망을/
가난한 영혼으로 살다간 성 프란치스코/ 지금 여기에서 타오르는 평화/ 오- 아름다운 사랑
사랑은 주는 것 평화는 사는 것/ 당신은 사랑 당신은 평화/ 사랑은 주는 것 평화는 사는 것/
당신은 사랑 당신은 평화/우리 희망 빠빠 우리 평화 빠빠/ 우리 사랑 빠빠 빠빠 빠빠/
당신과 손잡고 천국으로 향하리/ 빠빠 우리 평화 빠빠 우리 사랑
 
빨간 고추를 따는 바쁜 시기다. 저녁 8시에 모여 노래를 연습했다.
의자를 두드리며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노래했다.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가네요."
"천국이 따로 있나요. 지금 이 행복이 천국의 기쁨이죠."
 
주일 미사를 마치고 동영상을 찍었다. 나는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는 것을
좋아하시는 교황님 역을 맡았다. 흰 여름 수단을 입고 집에서 만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면을 썼다. 전용차는 내 자가용인 6인승 트럭이다.
반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쓰고 트럭에서 내렸다.
 
교황님의 공소 방문을 축하하는 노래가 시골성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깨가 들썩이고 발이 리듬을 따라 흥겹게 움직였다.
큰 냄비뚜껑을 양손에 들고 꿍짝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는 천국열차를 타고 행복의 나라로 가는 듯한 감동이다.
해바라기꽃처럼 활짝 핀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들,
행복의 나라 노래에 취한 어린이들처럼 신명이 났다.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언제 보았던가. 코끝이 찡해 온다.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교황님이
시골 공소에 오셨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교황님이 공소를 방문하신 것만으로 행복한데
함께 손잡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있으니,
그 행복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희망을 준다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그만큼 희망이 넘칠 것이다. 그 한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가.
한 사람을 넘어 전 인류에게 희망을 주시는 교황님,
그 교황님 역을 맡았으니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행복할 때 불행한 사람들을 기억하라고 누가 말했던가.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이 되지 않도록 명심하라는 말일 것이다.
특히 양심이 없는 천민자본주의와 가난한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고위 지도자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행복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꽃다운 아이들을 세월호에 수장시키며 배우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 채 뽑으려는 교황님과는 정반대로 부정부패를
은폐하려는, 한 지도자가 수천만 국민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이처럼 추한 일이 교황님 방문으로 눈 녹듯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지 않고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자기 밥그릇, 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위한 탐욕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천주교회를 넘어 모든 종교 지도자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더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시는 교황님의 삶과 정신을 실천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길 간절히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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