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나의요리

송편강의

왕자별 2016. 9. 14. 10:29
 
송편 강의
 
송편은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절 음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송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 6일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관'에서는 송편을 주제로 한 시식·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나온 송편을 빚고 송편에 얽힌 이야기를 해준 이들은
최대로(31)·대한(26)·대웅(24) 삼형제였다.
 
송편의 유래
분야 절식
계절 가을(음력 8월)
다른 이름 송병(松餠), 송엽병(松葉餠)
주재료 멥쌀 가루
설명
송병(松餠)으로도 불렸으며 17세기부터 그 명칭이 기록되어 있다.
『요록』의 송편은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하였으며,
『성호사설』에서는 멥쌀·콩으로 만들었고 『규합총서』에서는
팥·꿀·계피·후추·건강말(마른생강가루)을
『동국세시기』에서는 콩·팥·까만 콩·꿀대추· 미나리를,
『부인필지』에서는 팥·잣·호도·생강·계피를,
『시의전서』에서 거피팥고물 · 대추·꿀·계피·밤 등을
소로 썼고 쑥송편은 백미에 쑥을 넣고
계피·후추·건강말로 맛을 낸 소를 넣어서 만든 것으로 기록되었다.
 
최대한씨는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벌써 2년 전인
2011년 경기도 주최 대한민국떡명장 선발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떡명장으로 뽑혔다. 14세 때부터 서울 망원동
'경기떡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떡을 만들어왔다. 동생 최대웅씨는 경력 9년차로 현재 경기떡집 대표를 맡고 있다.
전통 떡맛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싶어 가회동에 '소담떡방'을 낸 큰형 최대로씨는
나이는 가장 많지만 떡 경력은 2년으로 가장 짧다.
 
송편은 추석에만 먹던 떡이 아니다
큰형 최대로씨가 먼저 나섰다. 그는 "송편을 추석에만 먹지 않았다"고 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전국 팔도의 맛있는 음식을 기록한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책을 썼는데요.
 이 책에 보면 송편을 봄에 먹는 떡이라고 했어요.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년)'를 보면
2월 초하룻날 먹는 떡이라는 기록도 있고요."
음력 2월 초하루는 중화절(中和節)로, 농사철 시작을 기념하는 명절이었다.
'머슴날' '노비일'이라고도 했다. 이날이면 머슴과 노비들에게 '농사일을 잘해 달라'는
의미로 송편을 큼직하게 빚어서 나이 수대로 나눠줬다
이 송편을 '노비송편' 또는 '나이떡'이라고도 불렀다.
 
옛 문헌을 보면 송편을 추석이 아닌 다른 명절에 먹었다는 기록이 더 많다.
19세기 초반 문인 조수삼은 '추재집(秋齋集)'에서 정월 대보름날
솔잎으로 찐 송편으로 차례를 지낸다고 했다.
영조 때 문인 이의현은 정월에는 떡국,
대보름에는 약식, 삼짇날에는 송편을 먹는다고 했다.
인조 때 이식이 쓴 '택당집(澤堂集)'에는
초파일에 송편을 준비한다고 나와 있다
조선시대 관혼상제 의식을 적은 '사례의'에는 단오
그리고 6월 유두절에도 송편을 빚는다고 기록됐다.
"추석에 먹던 송편은 정확하게는 '오려송편'이라고 불렀다"고 최대로씨는 말했다.
'오려'는 올벼의 옛말. 올벼는 제철보다 일찍 익는 벼를 말한다.
"그러니까 올해 농사지어 수확한 햅쌀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이죠.
이걸 반대로 말하면 송편은 특별히 추석뿐만 아니라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즐겨 빚어 먹던 떡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송편은 왜 반달 모양일까 

 

추석 밤하늘에는 휘영청 밝고 둥근 달이 뜬다. 보름달을 보며 한 해 농사의
수확에 감사하는 건 한민족만의 풍습은 아니다. 음력 8월 15일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중추절(仲秋節)과 십오야(十五夜)라는 명절로 즐긴다. 그리고 달 모양을 본뜬‘달떡’을 만든다.
한국은송편, 중국에서는 월병(月餠), 일본에서는 쓰키미당고(月見團子)를 먹는다.
그런데 월병과 스키미당고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반면, 한국의 송편은 반달 모양이다.
최대한씨는 “송편이 어째서 반달 모양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동그란 떡은 야하다’고 보셨답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완벽을 좋아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래서 완벽한 원(圓) 대신 반원 모양으로 만들게 됐다는 설이죠.
” 최씨는 “하지만 이보다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삼국사기’ 백제본기 660년 9월 기록을 소개했다.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은 귀신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땅을 파보니 거북이 나왔다. 거북 등에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새겨져 있었다.왕이 무당에게 의미를 물었다.
무당은 “둥근 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 차 기울어진다는 것이며,
초승달과 같다는 것은 점차 가득 차게 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의자왕은 크게 화내며 무당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당 말대로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삼국을 통일했다.
그 뒤로 우리 조상들은 기울 보름달보다는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었다는 것이다.
 
앙증맞은 서울 송편, 화려한 전라도 꽃송편
최대로씨에 이어 둘째 최대한씨가 송편 이야기에 나섰다. “송편은 지역별로 모양과 소가 다 달라요.
‘서울 깍쟁이’라는 말도 있듯이, 서울 송편은 작고 귀여워요. 입에 쏙 들어가죠. 강원도는
감자와 도토리가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송편도 감자녹말과 도토리 가루를 각각 써서
감자송편과 도토리송편을 빚었죠. 강낭콩을 소로 주로 넣는데, 손자국 모양이 나도록 꾹꾹 눌러서
투박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워요. 전라도는 음식이 풍성하게 발달한 지역답게 송편도 화려해요.
치자·쑥·송기·포도즙·오미자즙 따위를 넣고 알록달록해요. 꽃 모양으로 빚어서 ‘꽃송편’
‘매화송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모시 이파리를 넣은 모시잎송편은 전남 영광
고흥 등에서 먹어온 송편인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죠. 모시잎에 철분이 많아서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고 소문났거든요. 충청도는 호박송편이 유명해요.
늙은호박을 썰어서 말렸다가 가루로 만들거나 찐 호박을 으깨 멥쌀가루와 섞어 반죽해서
호박 모양으로 송편을 빚어요. 평안도 해안지방에서는 모시조개가 많이 잡히라는
마음으로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은 조개송편이 있어요. 제주도는 특이하게
송편이 둥그렇고 납작한 비행접시 모양이고 소로는 완두콩을 넣지요.
전반적으로 한반도 북쪽은 크게, 남쪽 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어요.”
 
“예쁜 송편 빚으면 좋은 신랑 만난대요”
최대한씨는 송편에 얽힌 재미난 얘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신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딸을 낳는대요.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뾰족한 끝 쪽이면 아들을 낳고,
귀 쪽이면 딸이란 속설도 있었답니다
쪄낸 송편이 설익었으면 딸을 낳고, 잘 익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도 했어요. 우리 떡집 송편은 다 잘 익어서 나오니까
사드시면 다들 아들 낳으실 거예요(웃음).”
 
마지막으로 막내 최대웅씨가 송편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를 들려줬다.
 그는 “가장 중요한 팁은 좋은 쌀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떡집에 쌀을 가져가서 쌀가루로 빻아 오시잖아요? 그때 기계를
너무 조이면(곱게 빻으면) 떡이 되게 되고,
헐거우면(굵게 빻으면) 떡을 씹을 때 식감이 거칠어요.
떡집 주인에게 유의해 달라고 꼭 말씀하세요.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야
송편 모양을 예쁘게 빚기 편해요.
찬물에 반죽해야 떡이 더 맛있다는 분들도 있기는 해요.
치대면 치댈수록 쫄깃해져요.
그리고 송편을 찔 때는 물이 완전히 끓어서
김이 충분히 올라올 때 넣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떡이 풀어지거나 질어집니다.”
송편은 솔잎을 깔고 쪄낸 떡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솔잎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또는 살충제나 공해 물질이 묻었을까 걱정돼 솔잎 없이 송편을 찌기도 한다.
최대웅씨는 “솔잎에 쪄야 하는 이유가 송편이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하는 것 말고 또 있다”고 했다.
솔잎에는 소나무 특유의 향을 내는 성분인 피톤치드가 들어 있잖아요.
 이 피톤치드가 떡을 상하지 않게 해준대요. 명절에 송편을 오래 상온에 두어도
 덜 쉬게 하려면 솔잎을 꼭 쓰세요. 깊은 산 속 소나무에서
솔잎을 구해다가 깨끗이 씻어서 쓰시고요.”
송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먹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올 추석에는
오랜만에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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