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와 성화 "쯧쯧! 노인이 주책없이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다니!"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벽면에 걸린 그림을 처음 본 관람객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가슴을 빠는 모습은 불쾌함을 넘어 역겨움을 안겨준다. 어떻게 이런 포르노를 국립미술관에 전시할 수 있단 말인가! 관람객들은 여자와 노인의 부적절한 행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뒤늦게 그림의 내막을 알고선 눈물을 글썽인다고 한다. 이 그림은 바로크미술의 거장 구벤스가 고대 로마시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시몬과 페로'이다. 그림속에서 수의를 입은 노인이 시몬이고 젖을 물리고 있는 여인은 그의 딸 페로이다. 아버지 시몬은 역모죄로 아사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혔다. 아무것도 먹지못한 노인은 서서히 긂어 죽어갔다. 이 사실을 접한 딸은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몸으로 감옥을 향했다. 죽음이 임박한 늙은 아버지에게 젖가슴을 풀어 젖을 물렸다. 딸의 효심을 전해들은 로마 법정은 시몬을 석방했다고 한다. 진실을 알면 생각이 바뀐다, 똑같은 그림도 생각하기에 따라 낯뜨거운 포르노가 되고 지극한 효성을 담은 성화가 되기도 한다. 그림 하나가 이런 정도라면 우리가 접하는 각종 정보나 사물은 어떻겠는가? 내가 지금 보고 있는것이 정말 진실일까? 우리들은 자신이 가진 첫 정보나 첫 인상을 갖고 '그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다' 라고 쉽게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게 되면 다른 정보가 들어와도 배척해버린다. 자기에게 맞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수용하면서 자기 내면의 성을 견고하게 쌓아간다. 나의 생각이나 주장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자기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그것을 수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나만 옳다는 독선의 감옥에 갇히면 진실은 아사 당하고 만다. 그의 눈에는 성화 대신에 포르노만 보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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