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도 원

옹달샘 이야기

왕자별 2013. 8. 1. 16:53
글, 사진 : 조송희


길고 긴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
아침부터 푸른 하늘이 드높게 열리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김홍도의 옹달샘 가마솥채' 준공기념 첫밥잔치를 하는 날
'깊은산속 옹달샘'에 보내는 하늘의 축복인가 봅니다.





'나눔의집' 옆에 나란히 자리 잡은
'김홍도의 장독대'와 '김홍도의 옹달샘 가마솥채'.
달팽이관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장독대와
정갈한 두 칸짜리 한옥 가마솥채입니다.





언덕을 따라 지어진 장독대의 나지막한 담장과
그림처럼 어우러진 '가마솥채'네요. 건강한 육송으로 서까래를 얹은
맞배지붕이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단아하고 날렵합니다.





'김홍도의 옹달샘 가마솥채'
동판에 새긴 아름다운 명패입니다.
옹달샘에 기부를 하면 이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새겨진 명패를 가지게 됩니다.





첫밥잔치가 있기 며칠 전, 가마솥에 들기름을 먹였습니다.
아궁이에 불은 잘 지펴지는지, 연기는 잘 빠지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했습니다.
참나무 장작으로 지핀 불은 활활 타오르고 피어오른 김과 연기는
굴뚝과 열린 공간으로 술술 잘도 빠져 나갑니다.





미리 와서 마무리 점검을 하는 김홍도님.
활활 타오르는 맑고도 붉은 불이 김홍도님의 열정을 닮았습니다.





장독대 주변 풍경입니다.
땡그랑 땡그랑~~ 풍경은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눈부시게 흰 행주가 바구니 속에 가지런합니다.

참나무 장작은 차곡차곡 쌓여 있고
시렁 위에는 대바구니와 둥근 함지박이 얹혀있네요.
놋쇠로 만든 국자와 한지로 만든 낡은 부채도 너무나 정겹습니다.





드디어 '김홍도의 옹달샘 가마솥 첫밥잔치'가 시작 되었습니다.
오늘 공연도 새로 지어진 '천채방'에서 하게 됩니다.





사회를 맡은 윤나라 실장.





이 날 행사에는 선착순으로 초청된 아침편지 서건회원 200명과
빛청 2기 56명, 아침지기, 마을지기 등 4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인사를 하는 고도원· 강은주님 부부와 김홍도· 홍수영님 부부.
환호로 응답하는 아침편지 가족들입니다.





“굴러다니던 강가의 돌이
옹달샘 주춧돌이 된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김홍도님의 인사말에 이어 최고의 쌀과 고기, 귀한 재료로 마련한
오늘의 음식이야기를 들려주는 서미순님.

“꿈꾸는 사람들을 모시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싶었습니다.
그 길을 김홍도님이 마련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미 배부릅니다.”
고도원님의 답사입니다.





풍물패 '등불'의 사물놀이 공연.
큰잔치의 흥을 돋우는 데는 우리 가락이 최고입니다.

사회복지시설인 풍물패 '등불'은
김홍도님이 후원한 귀한 인연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물놀이의 가락은 자연을 닮았습니다.
북과 장구는 구름과 비를 부르고 징과 꽹과리는 바람과 천둥을 희롱하지요.

휘몰아치는 우리 가락에 심장이 울리고 영혼이 깨어납니다.
쿵쿵~~ 피돌기가 시작됩니다. 우리 또한 자연의 사람인 까닭이겠지요.





감동의 박수를 치는 아침편지 가족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후 풍물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예로부터 새 집을 지은 후 액막이 지신밟기는 풍물놀이가 최고라지요?
높이 뚫린 천채방 천정에 신명나는 풍악과 하늘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북과 꽹과리 소리에 맞춰 상모는 신나게 돌아가고
날라리 소리가 숨 가쁘게 흥을 돋굽니다.
저절로 어깨춤이 들썩입니다.







원반 돌리기는 묘기에 가깝습니다.
우리 가락에 몸과 마음이 얼마나 신명나게 반응을 하는지,
놀이패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우리의 놀이가
얼마나 흐드러진 놀이판인지
새삼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감탄하며 바라보는 '빛나는 청년'들.





우뢰와 같이 터지는 박수입니다.





'가마솥채'에서는 식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잘 씻어서 불린 쌀을 무명천에 걸러 놓았네요.





가마솥에서 뽀얀 김을 내며 익어가는 밥과 국입니다.

하얀 이밥에 고깃국...
우리 선조들이 으뜸으로 치던 잔치음식이지요.
오늘 가마솥 첫밥잔치 음식의 주인공도
따뜻한 이밥에 고깃국입니다.





오늘 밥은 두 번에 걸쳐서 가마솥에 안쳤습니다.
미리 쪄낸 찰옥수수와 첫밥 누룽지네요.
노릿노릿~ 군침이 절로 돕니다.





아궁이 잿불 속에는
고구마와 감자도 묻어두었습니다.





오늘 가마솥 첫밥잔치에는
200인분의 가마솥 밥을 짓는 귀한 분을 따로 모셨습니다.

200인분... 밥을 짓는 것도 푸는 것도 오랜 숙련을 필요로 하는 까닭입니다.
고슬고슬, 향기롭게 익은 가마솥 밥입니다.





'꽃마'를 통해 구입한
일등급 한우의 사태와 양지머리로 소고기국을 끓였습니다.
다른 재료를 더 쓰지 않아도 깊고 진하게 우러나는 국물 맛.
아~~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 어머니의 맛입니다.





'가마솥 첫밥잔치'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음식,
사람을 살리는 음식들입니다.





잔치에 떡이 빠질 수 없지요?
김홍도님이 직접 주문한 모시떡과 서미순님이 재배한 찰옥수수,
아침편지 가족 박명용님이 선물로 가져오신 블루베리입니다.
풍성함과 따뜻함이 넘치는 잔칫날입니다.





'나눔의집' 안 밖에 차려진 잔칫상.
행복한 식사시간입니다.





의미 있는 잔칫날,
320만 아침편지 가족과 서건회원을 대표하여
옹달샘에 기부의 물꼬를 트신 귀한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깊은산속 옹달샘'은
이 분들을 비롯한 아침편지 가족 모두가
다함께 만든 선물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왼쪽부터 네잎클로버집을 기부한 최재홍님,
동그라미집을 기부한 김정국님, 고도원님의 아내 강은주님, 고도원님,
김홍도님의 아내 홍수현님, 장독대와 가마솥채를 기부한 김홍도님,
하얀하늘집을 기부한 허순영님, 청도 땅을 기부한 이정림님.





잔치는 끝나고 님들은 떠났습니다.
고즈넉한 모습을 되찾은 옹달샘 가마솥채 굴뚝에는
다시 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아궁이에는 매캐한 청솔가지 타는 냄새가 나고
피어오른 연기는 푸른 숲을 휘감고
'나눔의집'을 감싸 안으며 하늘로 오릅니다.

어느 날 당신이 지친 모습으로
'깊은산속 옹달샘'을 다시 찾는 날에도
저 푸른 연기는 아득히 피어오르고
반들반들한 가마솥 안에는
따뜻한 밥이 익어가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