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룡 큰스님저 생활속의 관음경 (4)
관세음보살님만이 아니라 다른 불보살님께 올리는 기도에도 반드시
기도시험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기도를 하여 아들.딸이나 사위.며느리,
상좌 등을 얻게 되었을 경우, 처음부터 마음에 딱 맞는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아이구, 저런 게..'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옵니다. 이것이 불보살님의 기도시험입니다.
1)
일제강점기에 해인사에 계셨던 우련스님은 상좌가 없어서 관세음
보살님께 백일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기도 회향일에 새까맣고 꼴불견인 아이가 찾아와 하는 수
없이 상좌로 맞아들였습니다.
우련스님은 그와 같은 상좌에 대해 불만이 없지않아 평소에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쯧쯧, 백일기도 회향일에 들어왔기에 할 수 없이 상좌로 삼았어.
어찌 관세음보살님께서 저런 걸 보냈을꼬?"
하지만 그 상좌가 자라 뒷날 백용성 스님의 율맥(律脈)을 이은
경하(景霞)스님이 되었으니, 우련스님의 기도가 어찌 그릇된 결과
를 낳았다고 하겠습니까?
2)
해인사 희랑대의 현응스님도 나반존자께 '좋은 상좌 하나 점지해
주소서.'하면서 백일기도를 하여 얻게 된 상좌가 몽견선생(夢見先生)
입니다.
눈만 초롱할 뿐 잘생기지 못한 이 상좌에 대해 현응스님은 만족을
하지 못하였지만, 몽견선생은 오오사카 의전을 나와 만주에
불교병원을 세워 사람들을 치료하였으며, 병원에 부처님을 모시고
많은 이들에게 염불을 권하고 불교를 가르치며 일생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기도 끝에 시험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당장 눈에 딱 드는 사람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도 덕으로 얻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품고서 키우고 같이
있다보면, 남보다 더 뛰어난 면이 있는 사람, 사회의 어느 한쪽을
능히 지탱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기도시험에 속지말 것을 당부 드립니다.
스스로가 행한 기도를 믿고, 또 불보살님을 믿고 기도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아들딸을 키우고 며느리와 사위를 데리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속을 뿐, 불보살님은 절대로 중생을 속이는 법이
었습니다.
- 우룡 큰스님저 생활속의 관음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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