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함이있는곳

담쟁이의 삶의 터전

왕자별 2010. 7. 31. 10:54
담쟁이의 삶의 터전
     
         비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서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빗날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  정 지 용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 종 환  -
    
           단풍
    연분홍 잎새가
    미풍에 흔들리고
    마중 나온 아침 햇살
    고운 입술 휘감아
    은빛으로 빚은
    태고의 산사에
    황홀한 느낌으로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석양이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김 희 수 -